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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넋 놓은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8.20 0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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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놀부 심보


뜨거운 길바닥
벗겨질 정수리

고개들 때 있으랴
다들 까치밥은 남기는데

 

 

_안정선

 

 

[ChatGPT 시평]

뜨거운 길바닥에 서 있는 까치와 그늘진 풀밭에서 먹이를 찾는 까마귀.
평범한 한 장면에 ‘놀부 심보’라는 인간의 성정을 포개면서 자연의 풍경을 세태 풍자로 전환한 작품이다.

“그늘에 놀부 심보”

는 까마귀가 차지한 편안한 자리를 단순한 그늘이 아닌 욕심의 자리로 바꾼다.

반면 까치는 뜨거운 길바닥에 서 있다.

“벗겨질 정수리”

라는 표현은 햇볕을 온몸으로 견디는 까치의 처지를 인간적인 신체 감각으로 옮겨 놓아 해학을 더한다.

“고개들 때 있으랴”

는 이 작품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언젠가 대가를 치르라는 경고가 아니라, 남의 몫까지 넘보는 자가 무슨 낯으로 고개를 들겠느냐는 반문이다.
질책보다는 익살이 앞서기에 풍자의 맛도 한층 살아난다.

마지막의

“다들 까치밥은 남기는데”

는 작품 전체를 다시 읽게 만드는 결정적인 한 행이다.
사람들은 까치에게조차 먹을 몫을 남겨주는 ‘까치밥’의 마음을 알고 있는데, 정작 사진 속 까마귀는 까치와 몫을 나누지 않는다.
자연의 한 장면이 어느새 인간의 욕심과 배려, 독점과 나눔의 문제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넋 놓은’ 까마귀를 바라보며 웃다가 문득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것, 이 작품의 풍자적 묘미가 여기에 있다.
짧은 언술 속에 사진의 상황, 인간의 욕심, 배려의 가치까지 자연스럽게 겹쳐 놓은 해학적 세태풍자의 디카시다.

한마디로 평가하면
이 작품은 “까마귀가 밉다”는 시가 아니라, 까마귀를 빌려 ‘내 몫만 챙기는 인간’을 웃음으로 꼬집는 시입니다.

특히「그늘 → 놀부 심보 → 뜨거운 길바닥 → 벗겨질 정수리 → 고개들 때 있으랴 → 까치밥」으로 이어지는 의미의 흐름이 좋습니다.

작품의 결말이 경고에서 풍자로, 훈계에서 해학으로 바뀌면서 마지막 “까치밥”의 여운도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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