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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눈에 씐 콩깍지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9.01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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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무새로 알 듯하다가도
못내 궁금한 일 한둘이랴

내가 처음 불러준 이름에
명명자 월계관 어울릴까

AI, AGI가 웃는다

 

 

_안정선

 

 

[Claude 시평]

길을 걷다 마주친, 콩과려니 짐작은 가나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 앞에서 시는 시작된다.

"매무새로 알 듯하다가도 / 못내 궁금한 일 한둘이랴"

— 겉모습으로 대강 짐작은 하되 확신에 이르지 못하는 그 어정쩡한 순간을 화자는 정직하게 붙잡는다.
아는 척하지 않고, 모르는 채로 남겨두는 이 겸손이 시 전체의 어조를 결정한다.

이어지는 3~4행에서 화자는 슬쩍 욕심을 낸다.

"내가 처음 불러준 이름에 / 명명자 월계관 어울릴까."

이름 모를 존재에게 최초로 이름을 붙여주는 자, 그 오래된 인류의 특권과 영예("월계관")를 스스로에게 씌워볼까 하는 자문(自問)이다.
그러나 이 물음은 확신이 아니라 겸연쩍은 반문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욕심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그 욕심을 스스로 낮추는 이중의 몸짓을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한 행,

"AI, AGI가 웃는다."

인간이 수백 수천 년 붙들어온 명명(命名)의 특권 — 존재를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는 그 오래된 권능 — 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순식간에 해체된다.
이 웃음은 조롱이라기보다, 인간의 소박하고도 오래된 욕망과 그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기술의 속도 사이에 놓인 아득한 낙차에 대한 담담한 응시에 가깝다.

제목의 "콩깍지"는 이 시 전체를 붙드는 경첩이다.
사진 속 실제 꼬투리 형상에서 출발한 시어이면서, 동시에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관용구로 미끄러져 화자 자신의 다소 낙관적인 명명욕 — 자기도 모르게 대상에게, 혹은 스스로의 가능성에게 홀린 상태 — 을 은근히 되비춘다.
이 중의성이 제목을 단순한 소재 요약이 아니라 시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로 만든다.

콩깍지(토속 관용구) → 월계관(고전적 영예) → AI, AGI(현대 기술)로 이어지는 세 층위의 상징이 차곡차곡 쌓였다가 마지막 한 행에서 일시에 허물어지는 구도는, 낯선 나무 한 그루를 우연히 마주친 그 찰나에만 촉발될 수 있는 사유의 궤적을 다섯 행 안에 군더더기 없이 담아낸다.

사진과 문자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순간적 비약으로 응축된, 완결도 높은 디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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