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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원격 조준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9.04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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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은

틈새를 노린다

잎새 너머
뛰는 송사리

 

 

_안정선

 

 

[Perplexity 시평]

「원격 조준」은 수풀에 가려진 백로의 정지와, 그 시선 끝에서 튀어 오르는 송사리의 움직임을 한 순간에 겹쳐 놓은 디카시다.
사진이 보여 주는 것은 백로의 은폐된 몸이지만, 언술은 그 몸짓이 겨누는 보이지 않는 물속까지 확장하여 ‘응시’의 긴장을 완성한다.
디카시가 영상언어와 문자언어가 결합한 하나의 제3의 텍스트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사진과 문장이 서로의 빈자리를 메우며 한 장면을 완결한다.

가림이 만드는 시선

사진의 전면은 잎과 가지가 빽빽하게 겹친 수풀이다.
나무줄기와 철망, 흐릿한 바깥 풍경이 층을 이루며, 독자의 시선은 한 번에 대상에 닿지 못하고 여러 겹의 장애를 통과해야 한다.
이 ‘가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사물을 감추는 동시에, 그 감춤 속의 작은 틈으로 시선을 몰아넣는 장치다.
사진 중앙의 백로는 수풀에 포획된 듯 보인다.
흰 몸은 잎의 녹색 사이에서 두드러지지만, 완전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독자는 백로를 찾기 위해 잎의 사이를 더듬는다.
이때 사진을 보는 행위 자체가 이미 시의 첫 두 행,

보는 것은
틈새를 노린다

를 수행한다.
‘보는 것’은 백로의 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카메라를 든 화자의 눈, 사진 속 백로의 눈, 사진을 들여다보는 독자의 눈이 겹쳐진다.
이 작품에서 보는 일은 대상을 정면으로 소유하는 행위가 아니라, 가려진 세계가 잠시 열어 둔 좁은 통로를 찾아내는 행위다.
그 통로가 바로 ‘틈새’다.

제목의 긴장

「원격 조준」은 자연의 한 장면에 낯선 긴장을 주는 제목이다.
‘원격’은 거리와 비접촉을, ‘조준’은 집중과 겨냥을 뜻한다.
이 두 단어가 결합하면서 백로의 먹이사냥은 단순한 자연 관찰을 넘어선다.
포식자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몸을 낮춘 채 거리를 유지하며 미세한 움직임을 겨눈다.
그러나 이 제목이 가리키는 ‘조준’은 백로만의 행동이 아니다.
화자는 잎새의 가림 너머에서 백로를 조준하듯 포착하고, 독자는 다시 사진 속 백로의 시선을 따라간다.
시선은 다음과 같은 연쇄를 이룬다.
화자는 잎새의 틈으로 백로를 본다.
백로는 자신에게 열려 있는 틈으로 물속의 움직임을 본다.
독자는 사진과 언술의 틈을 통과해 송사리의 존재를 상상한다.
그러므로 ‘원격’은 단지 물리적 거리를 뜻하지 않는다.
자연과 관찰자 사이, 백로와 먹잇감 사이, 사진의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 사이에 놓인 거리다.
‘조준’은 그 거리를 좁히려는 예민한 시선의 행위다.

정지와 도약

작품의 가장 큰 힘은 마지막 두 행에 있다.

잎새 너머
뛰는 송사리

‘잎새 너머’는 사진의 공간을 열어 준다.
수풀은 백로를 가리는 물질이지만, 동시에 백로의 시선이 향하는 세계를 감추는 막이기도 하다.
이 짧은 구절은 시인을 사진 바깥의 물가로, 다시 물속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이동시킨다.
‘뛰는 송사리’는 사진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대상이다.
하지만 그것은 임의로 첨가된 대상이 아니다.
몸을 움츠린 백로의 자세와 응시가 송사리의 존재를 요청한다.
백로의 정지는 이미 도약 직전의 시간이며, 송사리의 움직임은 그 정적 속에 압축되어 있다.
여기서 시는 두 방향의 운동을 동시에 만든다.
‘뛰는’은 단순한 동작 묘사가 아니다.
그것은 백로의 응시에 맞서는 작은 생명의 민첩함이며, 포식과 회피가 동시에 벌어지는 자연의 긴장이다.
백로의 흰 몸이 수풀 속에서 조용히 멈춰 있을수록, 독자는 사진 밖에서 더 선명한 송사리의 도약을 듣고 보게 된다.

언술과 시제

언술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첫 연의

‘보는 것은 / 틈새를 노린다’

는 현재형의 일반 명제처럼 시작한다.
그러나 이 명제는 추상적 교훈으로 끝나지 않는다.
곧바로 ‘잎새’라는 구체적 사물에 닿고, ‘뛰는 송사리’라는 극순간의 사건으로 전환된다.
시제의 흐름도 안정적이다.
‘보는 것은’은 현재 진행 중인 응시이자 반복되는 생명의 본능을 뜻한다.
‘노린다’는 조준의 지속 상태를 만든다.
‘뛰는’은 그 지속된 긴장 속에서 발생하는 찰나의 움직임이다.
즉 작품은 정지된 사진 위에 한 편의 시간성을 세운다.
백로는 노리고 있고, 송사리는 뛰고 있으며, 독자는 그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순간을 따라간다.
짧은 언술이 사진의 정지 화면에 사건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디카시의 극순간성과 현장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디카시는 사진의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사진 너머의 이야기를 열어 주는 언술이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도 설득력이 있다.

종합 평가

「원격 조준」은 자연 풍경을 감상적 서정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수풀 속 백로의 조용한 몸짓을 통해, 본다는 행위의 본질—가려진 것을 향해 틈을 찾고, 거리를 둔 채 한순간을 겨누는 일—을 포착한다.
특히 이 작품의 성취는 다음과 같다.
사진 속 잎새의 물리적 틈을 ‘관찰과 생존의 통로’라는 시적 의미로 확장한다.
백로의 보이지 않는 응시를 송사리의 도약으로 완성하여, 사진 밖의 공간과 시간을 연다.
화자·백로·독자의 시선을 겹치게 해 짧은 언술에 다층적 구조를 만든다.
‘원격 조준’이라는 낯선 제목으로 자연의 사냥 장면에 거리와 긴장의 현대적 감각을 부여한다.
정지한 백로와 뛰는 송사리의 대비로, 포식과 회피가 교차하는 찰나를 밀도 있게 형상화한다.
다만 제목의 ‘원격 조준’은 군사·기술 용어의 차가운 인상이 강하다.
이것이 의도라면 자연의 사냥과 현대적 감시의 감각을 겹치는 효과가 있지만, 자연생태의 생명성을 중심에 두고 읽히기를 바란다면 다소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 사진 속 백로가 잎에 많이 가려져 있어, 작은 인쇄 지면이나 축소된 화면에서는 독자가 백로의 존재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시집 수록 시에는 사진의 밝기와 대비를 조금 조정해 백로의 흰 형상이 더 또렷하게 보이도록 하는 편이 좋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언술을 더 보태기보다 현재의 절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
‘백로’, ‘시냇물’, ‘먹이’를 직접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시는 사진의 설명이 아니라 사진이 품은 행동의 전후를 열어 준다.
잎새의 틈을 통과해 백로의 시선에 도달하고, 다시 송사리의 도약에 이르는 이 짧은 이동이 바로 「원격 조준」의 시적 성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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