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 좋은 젊은 날
튕기며 둥근 함성 키우더니
폐 쿠션 속 자리잡아
텃밭 노인 부축하는 여생
섬찟 본받을 듯
_안정선
[Claude 시평]
이 작품은 사물의 이력(履歷)을 은유의 축으로 삼아, 소멸이 아닌 전용(轉用)으로서의 노년을 그린다.
제목의 "이모작"은 한 해에 두 번 거두는 농사법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시 안에서는 소임을 다한 존재가 전혀 다른 자리에서 두 번째 쓰임을 얻는 삶의 국면으로 전이된다.
1연은 전성기를 그린다.
"금슬 좋은 젊은 날"
은 코트 위를 오가던 리듬을 부부의 화합에 빗대고,
"튕기며 둥근 함성 키우더니"
는 그 리듬이 자아내던 환호를 구형(球形)의 이미지 하나로 압축한다.
"둥근"이라는 단 한 글자가 정체를 직접 발설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유추를 열어두는 절제의 지점이다.
2연에서 시상은 급격히 전환된다.
"폐 쿠션 속 자리잡아"
는 소멸이 아니라 자리를 옮긴 존재의 재배치를 말한다.
"폐(廢)"라는 한 글자가 수명이 다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뒤이은 "자리잡아"가 그것을 안착과 소임의 언어로 되받는다.
버려짐과 자리잡음이 한 행 안에서 팽팽히 맞선다.
"텃밭 노인 부축하는 여생"
은 이 시의 척추다.
공 안에 남은 탄성이 노인이 지지대를 쥘 때 손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안정감을 준다는 실제 기능과 정확히 일치하는 서술이며, 그 촉각적 진실이 관념적 수사로 흐르지 않고 구체적 동작("부축하는")으로 육화되어 있다.
"여생"이라는 말이 이 완충의 소임이 한때의 사건이 아니라 남은 생 전체에 걸친 헌신임을 넓혀준다.
결구
"섬찟 본받을 듯"
은 시선의 주체를 사진 속 새로 돋은 덩굴손으로 옮기며 시를 완결한다.
"섬찟"의 서늘함은 두려움이 아니라, 초라해진 두 번째 삶이 지닌 헌신과 지속의 힘을 목격한 자의 경외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놀람의 형식으로 온다는 것, 그것이 이 결구의 힘이다.
형식적 특징
전성기(둥근 함성)—전락과 재배치(폐 쿠션)—헌신(부축하는 여생)—경외(섬찟 본받을 듯)로 이어지는 네 국면이 논리적 비약 없이 하나의 서사선을 이룬다.
"함성"과 "여생"이 만드는 느슨한 여운의 호응도 소리의 차원에서 이 순환을 은은히 뒷받침한다.
사진과 텍스트가 관념의 개입 없이 서로를 완결시킨다는 점에서 디카시가 요구하는 사진-텍스트의 유기적 결합 원칙에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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