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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에듀기획]거실이 교실로, 신문이 놀이터로… 우리 집 ‘방학 토론회’ 열리던 날

  • 임하순 기자
  • 입력 2026.02.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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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방학, TV 대신 신문과 책 펼친 가족들… “정답 없는 대화가 아이들의 생각을 깨운다”

 

[기획] 거실이 교실로, 신문이 놀이터로… 우리 집 ‘방학 토론회’ 열리던 날

겨울 방학, TV 대신 신문과 책 펼친 가족들… “정답 없는 대화가 아이들의 생각을 깨운다”

 

[GK뉴스온] 찬 바람이 창문을 때리는 겨울 방학의 오후. 보통의 가정이라면 아이들은 방 안에서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고, 부모님은 밀린 가사 노동이나 휴식에 취해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하지만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진수(가명,45), 박지영(가명,42) 씨 부부의 거실 풍경은 조금 다르다. 

소파 앞 넓은 테이블에는 최신 뉴스 기사가 실린 신문과 두툼한 책들이 놓여 있고, 초등학생 아들 민준(11) 군과 중학생 딸 서윤(14) 양이 부모님과 마주 앉아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른바 ‘우리 집 거실 토론회’. 거창한 이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신문 한 줄, 책 한 페이지를 매개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소박한 소통의 시간이다. 이번 특집 기사에서는 겨울 방학을 맞아 가정 내 ‘문해력’과 ‘소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이들의 특별한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신문은 세상으로 나가는 가장 넓은 창”

  “엄마, 여기 기사에 나온 ‘탄소 중립’이 정확히 무슨 뜻이에요?”

  초등학교 4학년 민준이가 신문 사회면에 실린 환경 기사를 가리키며 묻는다. 이에 중학생 누나 서윤이가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뽐내며 설명을 덧붙인다.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공해 물질(탄소 등)을 흡수하여 공해 물질을 줄이거나 정화시켜  생태계를 좋게 만드는 거야. 쉽게 말해 지구 온도를 더 안 올리게 하려는 약속이지.”

이 가족이 신문을 토론 교재로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신문은 매일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를 배달해주는 가장 신선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아빠 김 씨는 “아이들이 학교 공부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졌으면 했다”며 “정치나 경제처럼 어려운 주제가 아니더라도 반려견 에티켓, 급식 메뉴 변경 같은 생활 밀착형 기사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토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초등학생과 신문 읽기: ‘보물찾기’부터 시작하라

  아직 긴 글이 서툰 초등학생에게 신문은 자칫 지루한 종이 뭉치일 수 있다. 박지영 씨는 ‘단어 찾기 놀이’를 추천한다. “기사 속에서 아는 단어 세 개를 찾거나,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에 제목을 새로 붙여보는 활동부터 시작했어요. 아이가 신문과 친해지면 그다음엔 기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게 하죠.”

  중학생 자녀와의 토론, ‘가르침’이 아닌 ‘물음’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서윤이와의 대화는 조금 더 깊이가 있다. 최근 이 가족이 함께 읽은 책은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공존을 다룬 청소년 소설이었다. 서윤이는 “AI가 그린 그림이 저작권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엄마 박 씨는 절대 먼저 답을 내리지 않는다. “서윤이는 어떻게 생각해? 네가 만약 그 화가라면 기분이 어떨 것 같니?”라고 되묻는다. 중학생 시기에는 논리적인 사고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부모가 답을 정해두고 가르치려 들면 아이는 입을 닫아버린다.

  “토론이라고 해서 거창한 결론을 낼 필요는 없어요. ‘아, 우리 딸은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구나’라고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죠. 비판적인 사고는 그 존중 위에서 싹텄습니다.” 아빠 김 씨의 조언이다.

토의와 토론의 한 끗 차이… “우리 집 규칙도 우리가 정해요”

이 집의 토론회는 단순히 지식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토의’로 이어진다. 이번 방학의 토의 주제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취침 시간’이었다.

1. 토론(Debate):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정당한가’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논리적 근거를 댐.

2. 토의(Discussion): ‘우리 가족의 행복한 저녁 시간을 위해 스마트폰을 어떻게 관리할까’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해결책을 찾음.

  민준이는 “밤 9시 이후에는 거실 바구니에 휴대폰을 모아두자”는 의견을 냈고, 서윤이는 “대신 주말에는 자유시간을 더 달라”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부모님은 아이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가족 모두가 서명한 ‘겨울 방학 약속 문서’를 냉장고에 붙였다. 스스로 토의하고 결정한 규칙이기에 아이들의 이행률도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왜 지금 ‘가족 토론’인가? 문해력 그 이상의 가치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단연 ‘문해력 저하’다. 글자는 읽지만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해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심리적 문해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다.

  가정 내 토론은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가. 경청의 태도: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나. 비판적 사고: 신문 기사 하나도 무조건 수용하지 않고 “왜?”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다. 자존감 향상: 내 의견이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강력한 자존감이 된다.                                                                                                                       

 

완벽한 준비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앉아 있는 시간’

 

  많은 부모가 “내가 아는 게 없어서 토론을 못 하겠다”거나 “아이들이 귀찮아한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김진수 씨 가족은 말한다. 준비물은 신문 한 부, 그리고 아이의 눈을 맞출 여유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처음엔 5분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매주 일요일 오후, 간식을 먹으며 신문 사진 한 장을 같이 보는 것부터 시작했죠. 이제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이번엔 무슨 책 같이 읽을 거예요?’라고 먼저 물어봅니다.”

  겨울 방학은 길다. 학원 진도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겨울엔 거실 불을 밝히고 아이와 함께 종이 신문의 향기를 맡아보는 건 어떨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넘기는 신문 페이지 속에, 어쩌면 교과서에는 없는 진짜 세상의 정답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집 토론회를 풍성하게 만드는 3가지 규칙

가. “맞아, 그런데...” 기법 사용하기: 아이의 의견이 틀렸더라도 일단 긍정해주자. “그 생각 참신하네! 그런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라고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 부모도 ‘모른다’고 말하기: 부모가 만능일 필요는 없다. 모르는 단어나 시사 상식이 나오면 아이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며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자. 학습의 과정을 몸소 실천하는 최고의 교육이다.    

다. 기록으로 남기기: 거창한 독서 기록장이 아니어도 좋다. 신문 기사 옆에 포스트잇을 붙여 가족들의 한 줄 평을 적어보자. 방학이 끝날 때쯤 그것은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의 역사서가 된다.  

임하순

GK뉴스온 기자/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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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

서울글로컬교육연구원 이사

너만의 풍차를 찾아라 저자(26년 2월 출간예정)

전) 중학교장과 /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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