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주거복지는 현관문 안쪽에서 멈춰 있나요, 아니면 동네 전체로 흐르고 있나요?"
[집의 재발견] 시리즈② 커뮤니티의 시작: 담장을 허물고 얻은 '확장된 주거복지’

부동산 앱을 켜고 매물을 검색할 때 우리가 확인하는 정보는 대개 비슷하다. 몇 평인가, 방은 몇 개인가, 그리고 향후 시세 차익은 얼마인가. 하지만 그 수치들이 담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핍이 있다. 바로 '연결'이다.
집이 오로지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전락했을 때, 우리는 현관문을 닫는 순간 고립된 섬이 된다. 진정한 의미의 주거복지는 여기서부터 길을 잃게 된다.
고립된 아파트, 사라진 이웃
현대 주거 형태의 상징이 되어버린 아파트는 높은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제공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를 가장 외롭게 만든다. 앞집과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사는 것이 '매너'가 된 사회에서, 집은 휴식의 공간을 넘어 타인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는 요새가 되었다.
집값에 악영향을 줄까 봐 주변의 임대 주택과 높은 담을 쌓고, 공공의 공간보다는 '우리 단지만의 시설'에 집착한다.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공동체가 주는 주거복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과연 그 높은 담장이 우리의 삶을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을까?
담장은 낮게, 주거복지의 체감은 깊게
두 번째 연재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주거 철학은 '확장된 집'이다. 집의 경계를 내 집 현관문이나 아파트 단지 울타리로 한정 짓지 않을 때, 비로소 생활 밀착형 주거복지가 시작된다.
* 느슨한 연대의 힘: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는 편의점 주인, 아이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이웃. 이들과의 '느슨한 연결'은 국가가 다 채워줄 수 없는 정서적·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 Net)이 된다.
* 공유로 실현하는 복지: 모든 것을 내 소유의 좁은 거실에 채우려 애쓰지 말자. 동네 도서관이 내 서재가 되고, 골목의 작은 공원이 내 정원이 될 때, 주거의 질은 물리적 평수를 넘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바로 비용 대비 효용이 극대화된 주거복지이다.
* 마을 공동체의 부활: 함께 아이를 돌보고 안 쓰는 물건을 나누며, 마을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커뮤니티는,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이웃이 서로를 돌보는 '돌봄 공동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주거복지의 종착역이다.
집은 동네라는 유기체의 일부다
앞선 기사에서 언급했듯 집이 '사는(Live) 곳'이 되려면, 그 집이 뿌리 내리고 있는 토양인 '마을'이 건강해야 한다. 자산 가치에 매몰된 시각으로 동네를 바라보면 '개발 대상'으로만 보이지만, 거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동네는 내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복지 체계이다.
담장을 낮추고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소한 변화가 커뮤니티의 시작이자, 가장 능동적인 형태의 주거복지 실천이다. 내가 사는 곳을 사랑하고 이웃과 연결될 때, 집은 비로소 투자의 대상이 아닌 '존엄한 삶이 보장되는 안식처'로서 완성될 것이다.
"당신의 주거복지는 현관문 안쪽에서 멈춰 있나요, 아니면 동네 전체로 흐르고 있나요?"
선종국 한국주거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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