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운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소중한 가치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환대입니다
[집의 재발견] 시리즈③ 미니멀 라이프: 비움으로 채우는 ‘적정 주거’의 가치
글 선종국(한국주거복지사협회 회장)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휩쓴 키워드 중 하나는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였다.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고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이 움직임은 대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주거복지의 눈으로 바라보는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정리 정돈’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적정 주거(Adequate Housing)’의 가치를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소유의 과잉이 가린 주거의 본질
우리는 흔히 더 넓은 집, 더 많은 가구, 더 비싼 가전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으며 집안을 채워 나간다. 하지만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집을 바라보던 관점이 물건에도 투영되면서, 집은 점차 사람이 쉬는 공간이 아니라 ‘물건이 거주하는 창고’로 변질되었다.
주거복지 현장에서 만나는 안타까운 사례 중 하나는 공간의 크기와 상관없이 관리되지 못한 물건들에 치여 정작 거주자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는 경우이다. 비우지 못해 쌓인 물건들은 환기를 방해하고 동선을 가로막으며 해충 확산을 유발하는 등, 결과적으로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치유의 기능을 마비시키게 된다.
‘미니멀리즘’과 ‘최저주거기준’의 만남
주거복지 정책에는 ‘최저주거기준’이라는 법적 지표가 있다. 가구원 수에 따른 최소한의 면적과 필수 설비를 규정한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이 기준을 ‘질적 깊이’까지 확장한다.
* 공간의 효율적 배분: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별하는 과정은, 한정된 주거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주거 복지의 실천이다.
* 정신적 주거 안정: 비워진 공간은 불안을 잠재우고 여유를 채운다. 과도한 소유를 덜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집의 크기와 상관없이 정서적인 주거 안정을 경험할 수 있다.
* 공간 복지의 실현: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을 나누고 공간을 가볍게 유지하는 습관은, 지역사회 내에서 자원이 선순환되는 ‘공간 복지’의 기초가 된다.
비움은 곧 ‘삶의 질’을 위한 선택
주거복지는 결코 ‘좁은 곳에서 참고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필요한 욕망을 덜어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공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오늘 여러분의 집에서 ‘언젠가 쓰겠지’ 하며 쌓아둔 물건 하나를 비워보자. 그 빈자리는 단순히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여러분의 가족이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며, 지친 몸이 온전하게 회복되는 ‘주거 권리’로 채워질 것이다.
적정 주거는 멀리 있지 않다. 나에게 꼭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소중히 가꾸는 마음, 그 미니멀한 시작이 바로 주거 복지의 출발점이다. 행복한 변화를 위해 제안해본다.
“비운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소중한 가치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환대입니다.”

선종국 한국주거복지사협회장 & 경민대학교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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