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빈곤’, 생존을 위협하는 불평등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한파는 이제 단순한 기상 현상을 넘어 생존의 위협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 집은 우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집은 여름엔 찜통이 되고 겨울엔 냉골이 되는 고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네 번째 연재에서는 지속 가능한 주거가 어떻게 ‘에너지 복지’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려 한다.
‘에너지 빈곤’, 생존을 위협하는 불평등
‘에너지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나 전기료 등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상태를 뜻한다. 단열이 되지 않는 낡은 창호, 습기가 차는 벽면, 효율 낮은 보일러는 가난한 이들의 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만들고 건강마저 해친다.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볼 때, 지속 가능한 집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적정한 온도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에너지 정의(Energy Justice)’의 실현이다.
그린 리모델링: 낡은 집을 고쳐 삶을 살리다
지속 가능한 주거를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 정책은 ‘그린 리모델링’이다. 이는 노후 건축물의 단열 성능을 개선하고 고효율 설비를 설치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작업이다.
* 비용의 절감: 단열재 보강과 창호 교체만으로도 냉난방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저소득 가구의 실질 소득을 높여주는 경제적 복지 효과가 있다.
* 건강권의 보호: 곰팡이와 결로를 차단함으로써 호흡기 질환 등 주거 환경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한다.
* 기후 위기 대응: 건축물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집을 수리하는 것은 지구를 살리는 가장 일상적이고 강력한 기후 행동이다.
집에서 시작하는 기후 정의
지속 가능성은 일부 부유층의 ‘친환경 인테리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노후한 공공임대주택부터 민간의 낡은 빌라촌까지, 에너지 성능 개선의 혜택이 가장 먼저 닿아야 할 곳은 바로 에너지 취약계층이다.
주거복지사들이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이웃에게 가장 절실한 복지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회복이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친환경 자재를 쓰는 기술적 진보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보듬는 ‘따뜻한 기술’로 전환될 때, 우리 사회의 주거 안전망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주거 약속
지속 가능한 집은 현재를 사는 우리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주거권까지 고려하는 일이다. 우리가 오늘 고치는 창호 하나, 보완하는 단열재 한 장이 내일의 기후 재난을 막는 방패가 될 것이다.
주거복지사협회장으로서 강조하고자 한다. 지속 가능한 주거는 사치가 아니라 권리이다. 에너지 걱정 없이 숨 쉴 수 있는 집,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진정한 의미의 ‘재발견된 집’이다.
“진정한 에너지 복지는 탄소 배출은 줄이고, 사람의 온기는 높이는 곳에서 완성됩니다.”
선종국 한국주거복지사협회장 & 경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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