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모양이 만 가지라면, 주거 복지의 모습 또한 만 가지여야 합니다.”
글/선종국한국주거복사협회장
우리 사회의 가족 해체와 1인 가구의 급증, 그리고 기술의 발전은 '집'이라는 공간의 정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과거 4인 가구 중심의 표준화된 아파트가 정답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청년, 중장년, 고령자, 디지털 노마드 등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주거 복지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노마드의 역설: 일과 휴식의 경계 잃은 뇌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있는 오늘날, 집은 일터이자 쉼터가 되었다.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볼 때 공간의 혼재는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안-엘렌 클레르•뱅상 트리부(구영옥 옮김)의 《마음의 기술》에 따르면, 우리 뇌는 특정 환경에 대해 '자동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쉴 공간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편도체'는 이를 위험으로 감지해 불안 스위치를 켠다. 업무와 휴식의 경계가 무너진 집은 뇌를 끊임없는 긴장 상태로 몰아넣어 '번아웃'을 유발하기 쉽다. 따라서 주거 복지는 이제 단순히 ‘쉼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거주자가 ‘삶터’로 변화된 공간을 심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적 배려까지 고민해야 한다.
고립된 1인 가구를 위한 '느슨한 연대', 공동체 주택
1인 가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고립'이라는 과제를 던진다. 인간의 뇌는 본래 사회적 연결 속에서 안정을 찾도록 설계되어 있다. 홀로 사는 공간이 '요새'가 되어 외부와 단절될 때, 우리 마음의 치유 기제는 작동을 멈추기 쉽다.
이에 대한 주거복지적 대안이 바로 ‘공동체 주거’와 ‘공유 주거(Co-living)’가 될 수 있다.
* 따로 또 같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철저히 보장하되, 주방이나 서재 등 공용 공간을 통해 자연스러운 교류를 유도한다.
* 정서적 안전망: 이웃과의 '느슨한 연대'는 뇌에 안정감을 주어 우울증과 고립감을 예방하는 강력한 심리적 복지가 될 것이다.
맞춤형 주거 복지: 모든 삶은 존중받아야 한다
주거복지사들이 현장에서 만나는 삶의 형태는 실로 다양하다. 독립을 꿈꾸는 장애인, 첫 출발을 하는 사회초년생, 살던 곳에서 편안한 노후를 바라는 어르신까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획일화된 콘크리트 상자가 아니라, 각자의 신체적·심리적 조건에 최적화된 '맞춤형 공간'일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급자 중심의 주거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주자의 생애주기와 직업적 특성, 심리적 상태를 고려한 '수요자 맞춤형 주거 서비스'가 결합될 때 비로소 진정한 주거 정의가 실현될 것이다.
쉼터와 삶터가 공존하는 주거
집은 단순한 물리적 거처가 아니라, 우리 뇌와 마음이 안식을 취하는 '심리적 보루'여야 한다. 변화하는 삶의 형태를 유연하게 담아내는 집,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주거 복지 체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주거복지사들이 꿈꾸는 행복한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삶의 모양이 만 가지라면, 주거 복지의 모습 또한 만 가지여야 합니다.”
선종국한국주거복지사협회장 & 경민대학교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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