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든 사이 성장은 계속된다 잠든 교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잠 못 자는 아이들'이다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가장 가슴 아픈 풍경 중 하나는 1교시 수업 시간, 책상에 엎드려 깊은 잠에 빠진 아이들을 마주할 때입니다. 교사는 열정을 쏟고 있지만, 아이들의 뇌는 이미 셧다운(Shutdown) 상태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를 '의지의 문제'나 '학습 태도의 결여'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교육자의 시선으로 깊이 들여다보면,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시스템의 부재'입니다.
우리는 흔히 잠을 '아까운 시간', '줄여야 할 대상'으로 여깁니다. "사당오락(네 시간 자면 합격하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는 망령 같은 구호가 여전히 입시 현장을 떠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잠을 줄여 공부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교육의 진정한 시작은 깨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바로 어젯밤 아이가 얼마나 깊고 편안한 잠을 잤느냐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수면은 '지식의 정리 정돈' 시간이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수면은 뇌가 휴업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낮 동안 입력된 방대한 정보를 분류하고, 불필요한 데이터는 삭제하며, 중요한 지식을 장기 기억 저장소로 옮기는 '가장 역동적인 학습 시간'입니다.
잠이 부족한 학생의 뇌는 마치 과부하가 걸린 컴퓨터와 같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공간이 없으니 수업 내용은 겉돌고, 집중력은 바닥을 칩니다. 성적이 오르지 않으니 불안해지고, 그 불안 때문에 다시 잠을 설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하기 전에, 그들의 뇌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잠'이라는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 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서적 회복탄력성, 잠에서 나온다
잠은 지적 발달뿐만 아니라 정서적 건강의 핵심입니다. 수면 부족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를 예민하게 만듭니다. 잠을 못 잔 아이들이 쉽게 짜증을 내고, 사소한 갈등에도 폭발하거나 우울감에 빠지는 것은 성격 탓이 아니라 '수면 박탈'에 따른 생리적 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폭력이나 교실 붕괴의 이면에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날 선 신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잘 자고 일어난 아이는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생기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도 다시 도전할 힘을 얻습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교육적 가치는 비단 상담실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포근한 이불 속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잠의 권리'를 되찾아주는 교육 공동체
이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일류 대학을 보내기 위해 잠을 줄이는 경쟁이 아니라,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잠의 권리'를 보장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어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며, 학교와 사회는 과도한 숙제와 야간 학습으로 아이들의 밤을 빼앗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교육장 시절부터 늘 강조해 왔습니다. "잘 자는 아이가 결국 멀리 간다"고 말입니다. 수면은 단순히 휴식이 아닙니다. 내일의 성장을 위한 가장 정직한 준비이자,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뿌리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눈밑에 내려앉은 다크서클을 보십시오. 그것은 아이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입니다. 교육의 시작은 영어나 수학 공식 하나를 더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오늘 밤 평온하게 꿈을 꾸며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잠'을 돌려주는 것, 그것이 우리 어른들과 교육 공동체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업입니다.
|
선종복 |
GK뉴스온 발행인 , 서울교육삼락회 회장 |
|
|
전) 서울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전)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 여의도중 · 둔촌고 교장 대통령표창 및 황조근정훈장 저서 : 글로컬리더십, 나눔교육과 봉사가 세상을 바꾼다 |
BEST 뉴스
-
[황지영칼럼]사랑이와 기쁨이
사랑이와 기쁨이 김사랑, 이기쁨(가명) 이 두학생은 형제인데 내가 몇 달 간 가르친 학생들이다. 형 사랑이는 6학년, 동생 기쁨이는 4학년, 성이 다른 형제가 우리 시설에 와서 며칠 적응 시간을 갖고 교실에 와서 함께 공부를 시작하였다. 교실로 오던 첫 날, ... -
[선종복칼럼]수능 폐지하고 대학입시 대학에 맡길 때
해마다 11월이면 온 나라가 숨을 죽인다. 비행기 이착륙이 미뤄지고, 출근 시간이 조정되고, 수백만 명의 학부모가 자녀보다 더 긴장한 채 하루를 보낸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른바 수능이다. 도입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이 하루짜리 시험이 한 사람의 12년 학업과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
[부동산 세제 개편 제언 2]'디테일'이 정교해야 '따뜻한 주거복지 세제'가 된다!
"정부의 세제 개편 방향이 옳더라도, 현장의 미세한 틈새를 메우지 못하면 정책의 온기는 국민에게 닿지 않는다. 참된 주거복지 세제는 제도의 겉모습이 아닌 '체감되는 디테일'에서 완성된다.“ 방향은 맞지만, 현장의 불안을 지우기엔 2% 부족하다 최근 정부와 여권이 추진... -
[디카시]쪽갈비
잔챙이 같아 보여도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말라 비틀어졌어도끝까지 붙어 있을 모양 _안정선 사진 속 잘려 나간 나무 밑동은 넓적하게 드러난 나이테 때문에 마치 살점이 떨어져 나간 갈비뼈처럼 보인다. 그 주변에 다닥다... -
[디카시]착한 착각
철 지난 철쭉 회춘했나 고개 숙여 들여보다 아픈 목허리 펴 하늘 보니활짝 웃는 백일홍 _안정선 사진과 텍스트의 관계무성한 초록 잎 사이, 꽃 진 철쭉나무 가지 위에 배롱나무 꽃잎이 시들어 얹힌 광경 ... -
[선종복칼럼]고전(古典)에서 길을 묻다: 시대를 뛰어넘는 글로컬 리더십의 지혜
[선종복칼럼] 글로벌화가 심화하고 지식 기반 사회로 급격히 이행함에 따라 세계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동시에 local(지역적) 가치와 특수성의 중요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각을 지니면서도 지역 특성에 발맞추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글...
전체댓글 0
NEWS TOP 5
추천뉴스
-
아일릿 ‘Almond Chocolate’, 日서 또 역주행 인기 돌풍!
- 오리콘·애플뮤직 등 주간 랭킹서 순위 상승 지속…어느새 차트 최상위권 넘봐 - 시간 지날수록 순위... -
에스파 ‘Whiplash’ 영어 버전, 오늘(27일) 오후 1시 공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서 무대 첫 선! 에스파 X 스티브 아오키 조합도 기대UP 에스파(aespa, 에스엠... -
‘솔로 데뷔 D-DAY’ NCT 마크, “‘The Firstfruit’는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일문일답]
“타이틀곡 ‘1999’, 포부와 1999년 콘셉트가 재미있는 곡… 가사에 타이틀로 확신” “진정성 있는 음... -
알리, 데뷔 20주년 광주 콘서트 '용진' 성료 "신곡 깜짝 선공개"
가수 알리(Ali)의 데뷔 20주년 기념 광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알리는 지난 12일 광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