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세종사이버대학교 국방융합학과 김원호교수
글자에 담긴 지독한 사랑, 세종이 꿈꾼 ‘표현의 혁명’ 지난달 출간된 소설 『세종의 나라』를 읽으며, 수백 년 전 이 땅을 통치했던 한 지도자의 깊은 고뇌와 마주했다. 흔히 우리는 한글 창제를 위대한 문화적 업적으로만 기억하지만, 그 이면에 서린 세종의 절박한 나라 사랑과 백성을 향한 애끓는 마음은 활자 너머의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세종에게 한글은 단순한 문자 발명을 넘어, 거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고 소외된 백성에게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한 ‘혁명적 선택’이었다.
당시 조선의 현실은 냉혹했다. 명나라의 압도적인 문화적·정치적 영향력 아래에서 조선의 주체성은 끊임없이 흔들렸고, 우리말과 동떨어진 한자를 빌려 써야 했던 백성들은 정작 자신의 억울함조차 호소할 길이 없었다. 세종은 이 비극적인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글자를 만드는 일이 단순한 기술적 과업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자기표현의 권력’을 돌려주는 일임을 간파한 것이다. 결국, 한글은 우리 민족이 스스로 존재의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디딘 결정적인 발걸음이었다. 물론 그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강대국 명나라의 서슬 퍼런 감시는 물론, “천자의 글을 버리고 오랑캐가 되려 하느냐?”며 거세게 반발했던 기득권 사대부들의 저항은 세종을 사방에서 압박했다. 하지만 세종은 자신의 안위나 명예보다 백성의 미래를 먼저 생각했다. 이러한 결단은 단순한 정치적 판단을 넘어선 지도자의 ‘윤리적 결단’이었으며, 공동체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다.
그가 보여준 리더십의 본질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무거운 울림을 준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한글 창제가 결코 세종 한 사람만의 천재성으로 이루어진 고립된 작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장영실과 같은 기술자부터 한석리, 권숙현 등 평민들까지 참여하며 집단지성이 맞물려 돌아간 ‘공동체적 발명’의 결과물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술과 학문, 그리고 현장의 경험이 융합되었고, 이를 통해 탄생한 한글은 백성들에게 단순한 글자를 넘어 사회적 권력과 문화적 평등을 체감하게 하는 놀라운 장치가 되었다. 세종의 내면에는 지도자로서 감내해야 했던 지독한 고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문자 혁명이 단순한 발명을 넘어선 윤리적 선택임을 깊이 자각하고 있었다.
백성이 자신의 삶과 의견을 직접 담아낼 도구가 없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 했던 그의 노력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리더들에게도 ‘진정한 결정’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김진명’ 작가가 강조하듯, 한글은 단순한 문화 산출물이 아니라 민족의 생존을 건 치열한 전략이었다. 오늘날 한글 창제가 지니는 의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언어와 문자는 사람의 사고를 규정하고 공동체의 삶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정보와 지식이 한글을 통해 평등하게 분배되었을 때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더욱 단단해졌다. 개인과 공동체가 소통을 통해 자주성을 확보하고 기술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세종의 교훈은, 디지털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지침이 되고 있다.
백성을 사랑했던 세종의 고뇌 어린 결단과 공동체적 혁신은 오늘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과연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어떤 윤리적 결단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질문 말이다. 한글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자주적 리더십의 방향을 가리키는 영원한 나침반이다.

세종사이버대학교 국방융합학과 김원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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