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좋은 요양공간은 시설 좋은 병원이 아니라, 내 손때가 묻은 익숙한 나의 집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간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가장 간절해지는 소망은 “내가 살던 이 집에서, 이 동네에서 끝까지 머물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이하 AIP)', 즉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실은 노화로 불편해진 몸을 이끌고 정든 집을 떠나 낯선 요양시설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공간이 주는 ‘뇌의 평온’
우리는 왜 그토록 살던 집을 고집할까요?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마음의 기술》에 따르면, 우리 뇌는 익숙한 환경 속에서 가장 낮은 스트레스를 유지하게 된다. 특히 인지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노년기에는 집안의 가구 배치, 창밖의 소음, 심지어 집안의 냄새까지도 뇌에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낯선 공간으로의 갑작스러운 이주는 뇌의 '불안 스위치(편도체)'를 자극하여 인지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다. 따라서 정든 집에서 계속 머무는 것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심리적 건강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뇌과학적 선택이기도 하다.
장애물 없는 집: 주거 복지로서의 ‘유니버설 디자인’
집이 '안전한 보루'가 되려면 노화에 맞춰 집도 함께 변해야 한다. 주거복지사들이 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살펴보고 추진코자 하는 것이 바로 '주거환경개선'이다. 주로 집에서 생활하는 노년기 특성상 사고가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집안이기 때문이다.
* 문턱 제거와 안전 손잡이: 사소한 문턱 하나가 어르신들에게는 거대한 장벽이 된다. 화장실과 현관에 설치된 손잡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일상을 보장하는 복지 자산이다.
* 밝은 조명과 미끄럼 방지:시력이 약해지고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노년층을 위해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누구나 불편함 없이 머무를 수 있는 설계는 노후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집과 마을이 연결되는 ‘커뮤니티 케어’
AIP는 집 안의 물리적 개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집이라는 개인의 공간이 동네라는 공공의 복지 체계와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주거복지사는 어르신의 집을 방문하여 불편 사항을 살피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연결하는 '주거 기반 사례 관리'의 중심에 서 있다.
식사 배달, 방문 간호,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이웃과의 교류'가 집 안으로 스며들게 해야 한다. 고립된 섬이 아닌 동네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집은, 노년의 외로움을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보약이 될 것이다.
존엄한 노후를 위한 약속
주거 복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국민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며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 집을 자산 가치로만 본다면 낡은 집은 허물어야 할 대상이지만, 거주와 복지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곳은 한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기억의 보고(寶庫)'인 것이다.
주거복지사들이 함께 약속하고자 한다. 나이 들어가는 집이 여러분의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더 촘촘한 주거 복지 안전망을 만들어가겠다고!!!
“가장 좋은 요양공간은 시설 좋은 병원이 아니라, 내 손때가 묻은 익숙한 나의 집입니다.”
선종국 한국주거복지사협회 회장 & 경민대학교 겸임교수
BEST 뉴스
-
[황지영칼럼]사랑이와 기쁨이
사랑이와 기쁨이 김사랑, 이기쁨(가명) 이 두학생은 형제인데 내가 몇 달 간 가르친 학생들이다. 형 사랑이는 6학년, 동생 기쁨이는 4학년, 성이 다른 형제가 우리 시설에 와서 며칠 적응 시간을 갖고 교실에 와서 함께 공부를 시작하였다. 교실로 오던 첫 날, ... -
[선종복칼럼]수능 폐지하고 대학입시 대학에 맡길 때
해마다 11월이면 온 나라가 숨을 죽인다. 비행기 이착륙이 미뤄지고, 출근 시간이 조정되고, 수백만 명의 학부모가 자녀보다 더 긴장한 채 하루를 보낸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른바 수능이다. 도입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이 하루짜리 시험이 한 사람의 12년 학업과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
[부동산 세제 개편 제언 2]'디테일'이 정교해야 '따뜻한 주거복지 세제'가 된다!
"정부의 세제 개편 방향이 옳더라도, 현장의 미세한 틈새를 메우지 못하면 정책의 온기는 국민에게 닿지 않는다. 참된 주거복지 세제는 제도의 겉모습이 아닌 '체감되는 디테일'에서 완성된다.“ 방향은 맞지만, 현장의 불안을 지우기엔 2% 부족하다 최근 정부와 여권이 추진... -
[디카시]쪽갈비
잔챙이 같아 보여도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말라 비틀어졌어도끝까지 붙어 있을 모양 _안정선 사진 속 잘려 나간 나무 밑동은 넓적하게 드러난 나이테 때문에 마치 살점이 떨어져 나간 갈비뼈처럼 보인다. 그 주변에 다닥다... -
[디카시]착한 착각
철 지난 철쭉 회춘했나 고개 숙여 들여보다 아픈 목허리 펴 하늘 보니활짝 웃는 백일홍 _안정선 사진과 텍스트의 관계무성한 초록 잎 사이, 꽃 진 철쭉나무 가지 위에 배롱나무 꽃잎이 시들어 얹힌 광경 ... -
[선종복칼럼]고전(古典)에서 길을 묻다: 시대를 뛰어넘는 글로컬 리더십의 지혜
[선종복칼럼] 글로벌화가 심화하고 지식 기반 사회로 급격히 이행함에 따라 세계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동시에 local(지역적) 가치와 특수성의 중요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각을 지니면서도 지역 특성에 발맞추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글...
전체댓글 0
NEWS TOP 5
추천뉴스
-
아일릿 ‘Almond Chocolate’, 日서 또 역주행 인기 돌풍!
- 오리콘·애플뮤직 등 주간 랭킹서 순위 상승 지속…어느새 차트 최상위권 넘봐 - 시간 지날수록 순위... -
에스파 ‘Whiplash’ 영어 버전, 오늘(27일) 오후 1시 공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서 무대 첫 선! 에스파 X 스티브 아오키 조합도 기대UP 에스파(aespa, 에스엠... -
‘솔로 데뷔 D-DAY’ NCT 마크, “‘The Firstfruit’는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일문일답]
“타이틀곡 ‘1999’, 포부와 1999년 콘셉트가 재미있는 곡… 가사에 타이틀로 확신” “진정성 있는 음... -
알리, 데뷔 20주년 광주 콘서트 '용진' 성료 "신곡 깜짝 선공개"
가수 알리(Ali)의 데뷔 20주년 기념 광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알리는 지난 12일 광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