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동원 [수필가, 제20대 수도전기공고교장]
“사지가 멀쩡한 녀석이 뭘 못 할 소냐”라는 말은 건강한 사람이 의지가 부족하거나 나태할 때 꾸짖는 소리다.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이 자주 일상의 감사함을 잊고 산다. 병원에 가보면 수없이 많은 환자가 자유롭게 걷기를 갈망하며 침대에 누워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깨어 바닥에 발을 딛고 일어설 수만 있어도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주변에 선천적으로 팔다리가 없거나 부자유 한 이들도 있다. 그 불편함을 극복하고 다양한 스포츠 선수가 되어 달리고 헤엄치고 썰매 타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 벅찬 감동이 온다.
팔다리는 물론 눈, 귀, 코, 입 어느 하나만 들여다보아도 참 엄청난 것들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조물주는 (조물주가 있다면)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조목조목 정교하게 만들었을까?’ 감탄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자기 몸으로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다.
그 입에서 BTS와 블랙핑크의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 팔로 패럴림픽 노르딕 김윤지는 금빛 질주를 이뤘다. 그 다리에서 올림픽의 영웅 김길리 최민정의 스케이팅과 최가온의 환상적인 점프도 나온다. 리듬을 타고 누구는 부채춤 누구는 탱고를 춘다. 몸을 비틀어 회전하며 다이빙하고 역동적인 몸놀림으로 헤엄친다. 우리는 눈과 귀로 힘찬 모습을 즐기고 따라 하기도 한다.
동물들도 사지를 놀려 제법 여러 가지를 해 낸다. 고양이는 침을 발라 얼굴 세수를 한다. 사람은 온몸 구석구석까지도 모두 제 손으로 씻을 수 있다. 손으로 닦을 수 있는 범위는 거의 무제한이다. 얼굴을 닦는다. 오른손으로 왼팔을 닦고 왼손으로 오른팔을 닦는다. 가슴, 배, 허벅지, 엉덩이, 종아리, 발,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까지 온몸을 스스로 닦아낼 수 있다.
그런데, 맨손으로는 단 한 군데 못 닦는 곳이 있다. 등 한가운데다. 물론 요가나 서커스, 리듬체조 선수는 몸이 유연해서 가능할지 모른다. 보통 사람에게는 양팔의 한계로 닿지 않는 등짝 한가운데 부분이 있다.
살짝 가려워 자기 몸을 긁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등짝 한가운데만 손이 닿지 않아 애를 태운다. 도구가 필요하다.
이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많이 눈에 띄는 물건 ‘등긁이’가 필요하다. 누런 대나무의 끝부분만 살짝 휘어 놓은 것이다. 드라마 속 노인들이 사용할 때 지저분해 보였다. 필자도 이따금 쓰고 있으니 지저분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등긁이’가 왜 ‘효자손’이라고 불리고 얼마나 시원한지는 사용해 본 사람만 안다.
등짝 한가운데 손이 닿지 않는 한 조각이 남아 있다니! 완벽하신 조물주의 설계 미스일까? 아니면 ‘네가 아무리 용써도 닿지 못하는 곳이 있음을 알렸다!’ 하는 깊은 뜻일까? 그 남겨진 데가 가장 시원한 곳인데 말이다.
전에는 동네마다 대중목욕탕이 있었다. 가정집에 샤워기와 욕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에 누구나 찾던 곳이다. 대중탕에 가면 으레 옆 사람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맡기고 서로 상대의 등을 닦아주곤 했다. 이제는 대중탕이 많이 사라졌고 대형 찜질방이나 사우나가 근근이 명맥을 잇고 있다. 그 사이 등짝 따위는 남에게 내밀지 않아도 잘(?) 사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등을 내밀고 다소곳이 앉았던 그때 ‘등짝 한 조각’에는 옹색하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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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재)역사인물화문화재단 감사 ▲(주)일진파워 고문 ▲제20대 수도전기공고 교장 ▲한전 홍보실장 ▲한전 도쿄지사장 ▲「매경춘추」 「한경에세이」 「전기신문」 필진 ▲bbb코리아 통역봉사자 ▲ 서울글로컬교육연구원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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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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