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지키고, 사람은 보이는 곳에서 서로를 사랑해야 합니다.”
글 선종국 한국주거복지사협회 회장
오늘날 '스마트 홈'이라는 단어는 대개 최신형 아파트의 화려한 옵션을 떠올리게 한다. 스마트폰으로 조명을 끄고, 밖에서도 거실을 들여다보며,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편리함이다. 하지만 주거복지의 현장에서 바라보는 기술의 가치는 조금 다른 곳에 있다. 첨단 기술이 단순히 '더 편안한 삶'을 넘어 '더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때, 비로소 기술은 복지의 매개체가 될 것이다.
기술이 높이는 담장, 기술이 허무는 소외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지곤 한다. 최첨단 보안 시스템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지만, 기존 인력을 대체함으로써 그 안에서 고립된 이웃의 위기 신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곤 한다. 연재의 여덟 번째 주제로 '디지털 주거 복지'를 제안하는 이유는, 기술의 지향점을 '편의'에서 '돌봄'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 사각지대를 밝히는 ‘착한 IoT’
주거복지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독거노인이나 중증 장애인 가구의 '고독사'와 '응급상황'이다. 인력이 일일이 모든 가구를 24시간 지키기 어려운 현실에서 스마트 홈 기술은 훌륭한 파수꾼이 된다.
* 생활 반응 센서: 전력 사용량이나 수도 사용량, 혹은 움직임 감지 센서를 통해 일정 시간 변화가 없을 경우 관리자(또는 주거복지사)나 보호자에게 즉시 알람을 보낸다. 이는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비대면 돌봄'인 것이다.
* 음성 인식 비상벨: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넘어졌을 때, 손을 뻗어 벨을 누르지 않아도 "살려줘"라는 말 한마디에 119로 연결되는 시스템은 생명줄과 같다.
* 스마트 환경 제어: 인지 능력이 떨어진 어르신 가구에 가스 차단기나 화재 감지기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은 화재로부터 이웃 전체의 안전을 지키게 된다.
기술은 도구일 뿐, 핵심은 ‘인간적인 온기’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라도 현장의 주거복지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술은 위기 징후를 빠르게 '알려주는' 역할까지이다. 돌봄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과 함께, 유사시 그 신호를 보고 달려가 어르신의 손을 잡고 안부를 묻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 하겠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스마트 홈은 차가운 기계로 가득 찬 집이 아니다. 기술이라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그 여유 공간에 사람의 온기를 채워 넣는 '디지털 안전망'인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스마트 홈’의 미래 !
스마트 홈의 진정한 가치는 인력을 줄이거나 집값을 올리는 것에 있지 않다. 단 한 명의 소외된 이웃도 기술의 혜택에서 배제되지 않고, 기술 덕분에 어제보다 더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주거복지가 지향하는 스마트 시티의 미래라 하겠다.
주거복지사협회는 첨단 기술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닿을 수 있도록 '주거 복지 거버넌스'를 더욱 스마트하게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기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지키고, 사람은 보이는 곳에서 서로를 사랑해야 합니다.”
선종국 한국주거복지사협회 회장 & 경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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