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세종사이버대학교 김원호교수
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돌봄의 질문’ 앞에 서 있다. 100세 시대, 초고령사회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 일상이 되었지만, 정작 ‘오래 사는 사람을 누가, 어떻게 돌볼 것인가’라는 물음은 여전히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불편한 숙제로 남아 있다. 수명은 비약적으로 길어졌으나 그 긴 세월을 지탱해줄 손길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노인은 늘어나는데 돌봄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역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차가운 현실이다.
최근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우리 사회는 새로운 선택을 시작했다. 베트남,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몽골, 네팔 등지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대학에서 요양 보호를 배우고 졸업 후 현장에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전국 21개 대학에서 780여 명의 청년이 이 길을 걷고 있다. 이는 더 이상 국내 인력만으로는 초고령사회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는 우리 사회의 뒤늦은 자백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를 ‘현실적인 대안’이라 부르며 안도하겠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작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적인 지점이 보인다.
돌봄은 결코 숫자로만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력이 몇 명 늘어난다고 해서 돌봄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휠체어를 미는 기술적인 숙련도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사람에게 말을 거는 따뜻한 태도이며, 몸을 옮기는 물리적 방법보다 앞서야 할 것은 인간의 존엄을 다루는 깊은 마음이다. 돌봄은 노동인 동시에 철저히 ‘관계’의 예술이다. 단순히 기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 마지막 구간을 함께 걷는 동행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돌봄을 이토록 오랫동안 주변부의 일로 치부해 왔을까. 2028년이면 요양 보호 인력이 약 13만 5,000명이나 부족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오고 나서야 우리는 허둥지둥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사회적 태도다. 왜 필수노동이라 부르면서도 그 노동이 받는 대우는 필수에 미치지 못했는가. 왜 현장의 처우 개선은 늘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는가. 부족한 인력 수치보다 더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왜 이 소중한 현장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장소가 되었는가에 대한 점이다.
과거 한국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청년들을 해외로 보내던 나라였다. 독일의 차가운 광산과 병원에서 낯선 언어와 외로움을 견디며 외화를 벌어오던 광부와 간호사들의 역사가 우리에게는 있다. 이제는 반대로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의 노년을 돌보기 위해 학습하고 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질문은 반복된다. 우리는 이들을 단지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할 ‘수단’으로만 대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의 공동체를 함께 지탱해갈 ‘이웃’으로 맞이할 것인가. 여기서 우리가 어떤 답을 내리느냐에 따라 미래의 돌봄 풍경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요양보호사로 양성하고 비자 제도를 연계하는 정책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언어 장벽을 넘어서는 진심 어린 소통,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포용력, 그리고 무엇보다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돌봄의 현장은 사람이 있어도 관계가 텅 빈 채로 남게 될 것이다.
돌봄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기쁘게 일할 수 있을 때 돌봄을 받는 이의 존엄도 지켜진다. 유학생 요양보호사들이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 부모님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을 수 있도록, 우리는 그들을 단순한 ‘노동 인력’이 아닌 ‘함께 살아갈 동료’로 환대해야 한다. 기술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사람의 온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돌봄의 위기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관계의 가치’를 회복하라는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그 빈자리를 숫자가 아닌, 존엄과 환대의 마음으로 채워 나가야 한다.

세종사이버대학교 김원호교수
BEST 뉴스
-
[GK수요칼럼]아빠의 소망
글 : 황지영 아빠, 아버지! 가족을 지탱하는 거대한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슬픈 고독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남자들의 한 모습. 옛날에는 대부분 나이가 들면 불릴 수 있는 이름이었지만 요즈음 아버지는 어쩌면 선택받은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이름이... -
[GK수요칼럼]가장 많이 듣는 말
[GK수요칼럼] 글 장동원 [수필가, 제20대 수도전기공고 교장] 현역을 떠난 시니어들끼리 모이면 주고받는 대화 중에 자주 듣게 되는 말은 무엇일까? 모임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음 이야기가 단골 메뉴 중 하나일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다.”“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
[디카시]제자에게
넋 잃은 눈매 송이송이 손수 하나하나 심었구나 금세 오를 앞산인데 미안해, 솔직히 몰라봤어 _안정선 <Claude 시평> 이 디카시는 꽃으로 온몸을 뒤덮은 사슴 조형물을 매개로, 화자(스승)가 제자를 향해 뒤늦게 깨달음을 고백하는 작품입니다. 사진 속 조형물... -
[디카시]1초
딱 맞는 틈 참 잘 찾으셨네요 확실히 보이네요 1초 참으라는 귀한 말씀 _안정선 <뤼튼 시평> “담배 꽁초를 나무에 끼워 넣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교훈을 말씀하셨습니다. 나무에 담배 꽁초를 끼워 넣는 행위는 작은 행동 같지만, 자연을 훼손하고 ... -
[GK 디카시]분신
가끔은 영혼을 빼 따로 보관하고 싶을 때가 있다? 없다? _안정선 <Claude 시평> 이 디카시는 녹슨 철제 조각물을 피사체로 삼고 있습니다. 조각은 하나의 직립한 판과, 그 옆에 홀로 선 실루엣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형체가 서로 닮았으면서도 분리되어... -
[GK 디카시]양보
어찌 온 기회인데 줄 수 있다는 생각 쉽다면 누구나 한다 덕 쌓는 일 큰 복 받을 일 _안정선 <perplexity 시평> 이 디카시는 사진의 표지판 ‘양보(YIELD)’와 시어 ‘양보’가 정확히 맞물리는 점이 가장 강합니다. 일상의 교통 표지를 삶의 윤리로 끌어올려, “주...
전체댓글 0
NEWS TOP 5
추천뉴스
-
아일릿 ‘Almond Chocolate’, 日서 또 역주행 인기 돌풍!
- 오리콘·애플뮤직 등 주간 랭킹서 순위 상승 지속…어느새 차트 최상위권 넘봐 - 시간 지날수록 순위... -
에스파 ‘Whiplash’ 영어 버전, 오늘(27일) 오후 1시 공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서 무대 첫 선! 에스파 X 스티브 아오키 조합도 기대UP 에스파(aespa, 에스엠... -
‘솔로 데뷔 D-DAY’ NCT 마크, “‘The Firstfruit’는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일문일답]
“타이틀곡 ‘1999’, 포부와 1999년 콘셉트가 재미있는 곡… 가사에 타이틀로 확신” “진정성 있는 음... -
알리, 데뷔 20주년 광주 콘서트 '용진' 성료 "신곡 깜짝 선공개"
가수 알리(Ali)의 데뷔 20주년 기념 광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알리는 지난 12일 광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