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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손익분기점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9.18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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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셋 다 보내고

텅 빈 공간 허전하지만
추억 매무새 또렷하다

각 방 쓰고도 남는다

 

 

_안정선

 

 

[Claude 시평]

사진 속에서 꽃처럼 보이는 것은 실은 씨앗을 다 떨군 뒤 마르고 벌어진 삼엽(三葉)의 꼬투리다.

한때 무언가를 품었던 자리가 이제는 텅 빈 채, 갈라진 모양 그대로 가지 끝에 남아 있다.
이 시는 그 정황을 "아들딸 셋 다 보내고"로 옮겨놓는다.
"보내다"는 사람에게도, 씨앗에게도 똑같이 쓸 수 있는 동사다.
꼬투리가 터져 씨를 흩어 보내는 행위와 부모가 자식을 떠나보내는 행위가 동사 하나로 정확히 포개진다.
사진 속 사물의 동작과 시의 언어가 이렇게 밀착하는 지점이야말로 디카시가 요구하는 순간 포착의 정수다.
여기에 더해 "보내다"는 아들딸 모두에게 고르게 쓸 수 있는 말이어서, 시어 선택의 정확성에서도 흠을 남기지 않는다.

구조와 어조

짧은 첫 행이 사실을 툭 던져놓고 물러나면, 다음 연은

"허전하지만…또렷하다"

의 대비로 정서를 편다.
시는 슬픔을 설명하지 않는다.
감정을 직접 토로하는 대신 "매무새"라는 말로 기억에 형체를 준다 — 마치 사진 속 마른 꼬투리가 씨앗은 없어도 여전히 제 모양을 또렷이 간직하고 있듯이. 절제된 어조로 감정을 이미지 뒤에 숨기는 방식이다.

종장의 중의

"각 방 쓰고도 남는다"는 이 시의 가장 정교한 지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자식들이 떠난 뒤 공간이 남아돈다는 생활의 진술이지만, 동시에 사진 속 빈 껍질이 씨앗을 다 보내고도 가지에 그대로 "남아" 있는 정황을 은밀히 되비춘다.
사람의 방과 식물의 빈 꼬투리가 "남는다"는 한 단어 안에서 겹쳐지며, 마지막 순간까지 시선이 사진을 놓지 않는다.

제목에 대하여

"손익분기점"이라는 경제 용어를 가족의 이별에 얹은 발상이 시 전체의 긴장을 만든다.
상실(자식을 보냄)과 소득(공간·자유)이 같은 저울 위에 놓이면서, 제목이 정서를 미리 규정하지 않고 독자를 등가교환의 냉정한 시선과 정서적 허전함 사이에 오가게 한다.
본문에 제목의 시어가 반복되지 않는 절제도 지켜지고 있다.

총평

불필요한 설명을 걷어낸 이 시는 사진과 문자가 동사의 층위에서까지 긴밀히 결속된, 완성도 높은 디카시다.
특히 "보내고"라는 시어 하나가 사진 속 사물의 움직임, 인물의 정황, 어휘의 정확성이라는 세 요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며, 종장의 중의는 사진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는 디카시 고유의 미덕을 정확히 구현한다.

시집 수록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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