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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멍울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10.16 0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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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생채기

켜켜이 한데 모여
패인 자리 솟구쳐

사슴벌레야
맛 어때?

 

 

_안정선

 

 

[Perplexity 시평]

나무의 몸에는 예고 없이 생채기가 난다.
베이고, 패이고, 껍질이 들뜨며, 그 틈으로 수액이 배어 나온다.
사진 속 거친 줄기에는 검은 상처의 결을 따라 호박빛 수액이 굳어 있다.
시는 이 수액의 멍울을 단순한 자연물로 머물게 하지 않고, 뜻밖에 입은 상처가 시간 속에서 응어리지는 삶의 형상으로 바라본다.

“느닷없는 생채기”

는 상처의 원인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생채기는 나무의 상처이면서 인간이 살아오며 피할 수 없이 맞닥뜨린 상실, 좌절, 관계의 균열까지 품는다.

뒤이어

“켜켜이 한데 모여 / 패인 자리 솟구쳐”

라고 할 때, 시는 상처의 역설을 드러낸다.
패인 자리는 본래 비어 있고 꺼진 자리다.
그러나 그 결핍의 자리에서 수액은 방울져 나오고, 쌓이고, 마침내 멍울처럼 솟아오른다.
움푹 팬 곳에서 도리어 도드라지는 것이 생긴다는 역방향의 이미지가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마지막의

“사슴벌레야 / 맛 어때?”

는 시의 의미를 한 번 더 전환한다.
나무에게 수액은 상처가 흘린 몸의 진액이지만, 사슴벌레에게 그것은 찾아온 먹이이며 단맛이다.
한 존재의 아픔이 다른 존재의 생을 잇는 양분이 되는 자연의 질서가 이 짧은 물음 속에 담긴다.
여기에는 인간적인 위로나 도덕적 판단이 없다.
다만 상처마저 생명의 순환 안에서 다른 쓰임을 얻는다는 사실이 천진하고도 서늘하게 드러난다.

제목

“멍울”

은 수액이 굳어 도드라진 물질적 형태인 동시에, 오래 삭혀 온 마음의 응어리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상처를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상처에서 흘러나온 것이 켜켜이 모여 하나의 맛이 되고, 그 맛을 다른 생명이 받아 가는 장면을 통해 삶의 복합적인 순환을 보여 준다.

사진의 상처 난 나무와 언술의 절제가 만나, 고통과 생명, 결핍과 풍요가 한 몸 안에 공존하는 순간을 선명하게 포착한 디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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