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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마법사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10.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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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다 한 컷


도란도란 따라가는
오프로드

살아 꿈틀거리는



_안정선



[Claude 시평]

「마법사」는 숲길을 걷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출발한다.
초점은 흔들려 있고, 두 사람 앞에는 작은 탈것 두 대가 먼저 길을 가고 있다.
흔히 결함으로 여길 이 흔들림을 시인은 도리어 시의 근거로 삼는다.

"걸음마다 한 컷"

이라는 첫 행에서 걸음은 컷이 되고, 정지된 사진 한 장은 연속된 영화의 프레임으로 풀려난다.
'한 컷'은 영화의 컷이면서 디카시가 찍는 한 장이기도 해서, 이 행은 장면을 말하는 동시에 장르 자신을 가리킨다.

둘째 연에서는 사진이 줄 수 없는 것을 문자가 채운다.
뒷모습뿐인 화면에 '도란도란'이 소리를 더하고, '따라가는'은 사람을 앞선 작은 것들의 뒤에 세운다.
작은 것이 앞서 낸 흙길을 어른들이 느긋이 따라 걷는 이 어긋남이 '오프로드'라는 한 단어에 모인다.
시는 거창한 말 없이 웃음과 다정함을 함께 얻고, '컷'과 '오프로드' 같은 외래어와 '도란도란', '꿈틀거리는' 같은 고유어가 번갈아 놓인 어휘의 결도 이 겸손한 목소리를 해치지 않는다.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끝에 있다.

"살아 꿈틀거리는"

은 꾸밈을 받을 말을 끝내 적지 않고 관형형으로 열려 있다.
그 빈자리는 사진 속 구불구불한 길과 바람에 일렁이는 초록이 채운다.
독자는 시를 읽다 말고 사진으로 되돌아가 비어 있는 명사를 찾게 되는데, 사진과 문자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디카시의 문법을 이보다 정직하게 보여 주는 결구도 드물다.

제목 「마법사」 역시 풀이를 주지 않는다.
앞서 가는 작은 것일 수도, 걸음을 컷으로 바꾸는 시선 자체일 수도 있다.
설명하지 않고 열어 둔 채 걷는 일상의 장면을 영화로 바꿔 놓는다는 점에서, 이 시는 제목 그대로 작은 마법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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