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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멍울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10.16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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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 비바람이면
금세 말끔

지나는 까치 똥
행여 굳을세라

 

 

_안정선

 

 

[Claude 시평]

호숫가 산자락을 가득 메운 태양광 패널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사진이다.
사진은 광활함을 보여 줄 뿐 거기 내려앉는 것들은 보여 주지 못한다.
이 시는 그 보이지 않는 한 점, 지나가던 까치의 똥을 불러낸다.
수만 장의 패널과 새똥 한 점이라는 규모의 낙차가 시의 해학을 만든다.
시 어디에도 패널이라는 말이 없어서 사진을 지우면 대상이 사라지는데, 사진과 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디카시의 본령에 충실한 구조다.

1연은

"한 움큼 비바람이면 / 금세 말끔"

이다.
흔히 패널의 시련으로 여기는 비바람이 여기서는 청소부가 된다.
비바람을 '한 움큼'으로 움켜쥐듯 다룬 손짓이 소박하고, '말끔'을 고른 절제가 사진의 색을 설명하지 않고 결과만 남겼다.

2연에서 시선은

"지나는 까치 똥"

으로 옮겨 가

"행여 굳을세라"

하고 걱정한다.
고풍스러운 어미 '-ㄹ세라'와 하찮은 '똥'이 부딪쳐 낮고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생긴다.
걱정하는 이가 관리인인지 패널 자신인지 열어 둔 점도 읽는 맛을 깊게 한다.

제목

「멍울」

이 이 시의 마지막 열쇠다.
굳은 뒤의 모습이 제목이고 굳기 전의 마음이 본문이니, 같은 감정을 두 번 말하지 않고 한 번 더 조인다.
표면의 얼룩이 몸속 응어리로 번지는 순간 패널은 살갗이 되고 비바람은 씻김이 되며, 말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애틋해진다.
다만 '멍울'은 본래 살 속에 뭉친 덩이를 가리켜 표면의 새똥에는 과장이 섞인다.
이 도약을 시의 능청으로 읽어 줄 만한 너그러움을 독자에게 요구하는 점은 작은 허물이다.
작은 것을 향한 큰 걱정이라는 겸손한 목소리, 사진 밖 장면으로 세운 은유, 열어 둔 끝이 어우러진 수작이다.

과장하지 않고 걱정만 건네는 시라서 마지막 줄을 읽고 나면 오히려 웃음 뒤에 응어리 같은 마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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