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 카톡 소리에
운전 중 깜짝 놀라니사진, 동영상, 글 적당히
말 씨앗 줄어드니
가족 방 시들시들
_안정선
사진은 만개를 살짝 지난 장미 두 송이를 담고 있다.
겹겹의 꽃잎은 아직 탐스럽지만, 중심의 꽃술은 이미 마르기 시작했고 색은 가장자리부터 옅어져간다.
배경의 초록은 흐릿하게 번져 있어, 이 장면이 절정과 시듦 사이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는 그 경계의 이미지를 가족 단톡방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로 끌어온다.
1연은 사건의 발단이다.
"불시 카톡 소리에 / 운전 중 번쩍 놀라니"
— 예고 없이 끼어드는 알림, 그리고 그에 놀라는 순간이 단 두 행에 압축된다.
'번쩍'이라는 시어가 절묘한데, 이는 놀람의 신체적 반응이면서 동시에 카메라 플래시를 연상시켜, 화자의 취미인 사진·기록과 그로 인한 위험을 한 단어 안에 겹쳐놓는다.
뒤이은
"사진, 동영상, 글 적당히"
는 아내의 채근을 직접 인용한 것으로, 운전 중 확인하지 말라는 뜻과 방에 너무 자주 올리지 말라는 뜻을 동시에 품는다.
2연은 그 결과다.
"말 씨앗 줄어드니 / 가족 방 시들시들"
— 화자가 스스로 절제하니 다른 가족들도 따라 침묵하고, 한때 활기차던 단톡방은 서서히 말라간다.
'씨앗'과 '시들시들'이 짝을 이루며 파종-개화-시듦이라는 자연의 순환을 고스란히 방이라는 디지털 공간에 이식한다.
특히 '시들시들'은 사진 속 장미의 실제 상태—아직 다 지지는 않았으나 이미 저물기 시작한 그 모습—를 정확히 포착해, 사진과 텍스트가 같은 속도로 저물어가는 인상을 준다.
제목 '썰렁'은 이 모든 것을 한 단어로 묶는다.
사진 자체의 스산한 정취, 핀잔 듣고 머쓱해진 화자의 처지, 그리고 침묵하게 된 방의 냉랭함까지—표면의 가벼운 자조 아래 조용한 상실감이 흐른다.
조심하라는 말이 오히려 관계의 온기를 식혀버렸다는 반어가, 웃어넘길 법한 일상의 삽화를 통해 은근하게 전달된다.
사진과 언어의 거리도 적절하다. 사진만 보면 그저 저물어가는 꽃 한 장면이지만, 시가 붙는 순간 그 꽃은 가족의 대화가 말라가는 자리로 다시 태어난다.
이미지가 언어를 만나 전혀 다른 의미의 층위를 얻는다는 디카시 본연의 미학을, 이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완결된 형태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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