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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국화 초대로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9.22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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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셔 와야지

감 익는 가을엔
당신 자리 하나쯤

두 해째 웃어주는 친구
행여 꽃잎 접을까

 

 

_안정선

 

 

[Claude 시평]

가을 볕이 깊이 든 베란다에 자줏빛 호접란 한 송이가 피어 있고, 앞쪽 대야에는 덜 익은 듯 노르스름한 감이 소복하다.
이 사진에서 정작 보이지 않는 것이 국화다.
시는 그 부재에서 출발한다.

"오늘은 모셔 와야지"

라는 다짐 뒤에 시인은 이유를 길게 대지 않고

"감 익는 가을엔"

이라는 사진 속 계절의 증거 하나만 놓는다.
가을은 이미 집 안에 들어와 있는데 국화만 아직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설명 없이도 기다림의 정서를 만든다.
이 시의 묘미는 두 꽃을 부르는 말의 온도 차에 있다.
새로 들일 국화는 '모시다'와 '당신'으로 높이고, 두 해째 곁에서 웃어 준 호접란은 '친구'라 부른다.
설렘과 미더움이 나란히 놓이니 화분 하나 들이는 일이 사람 사이의 도리처럼 읽힌다.

'자리 하나쯤'

은 빽빽한 화분 풍경 속의 공간이면서 마음속 자리이기도 해서, 작은 말 하나가 두 겹의 뜻을 진다.
말을 끝까지 맺지 않는 어미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목의 '초대로', 셋째 행의 '하나쯤', 끝행의 '접을까'가 모두 열려 있어 독자가 빈자리를 스스로 채우게 된다.
두렵다거나 서운하다는 낱말 없이 '꽃잎 접을까'라는 동작 하나로 걱정을 보이는 절제도 좋다.
사진 속 유일하게 핀 꽃이 그 동작의 주인이 되면서 시선과 문장이 한 점에서 만난다.
이는 디카시가 요구하는 영상과 문자의 상보성이 잘 이루어진 대목이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교훈은 없다.
꽃을 아끼는 사람의 쑥스러운 마음 씀씀이를 낮은 목소리로 웃음 머금은 채 건네는 소품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국화보다 오히려 그 곁에서 이미 웃고 있는 꽃이 오래 눈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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