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물러설 순 없어요
씀씀이 부푸네요가로등이 켜져도
보름달만큼이야 하겠어요
조상님 오가는 길 환하기를
_안정선
[Perplexity 시평]
「추석맞이」는 길 위의 표지판과 가로등, 보름을 향해 차오르는 달을 통해 추석 전야의 생활 정서와 축원의 마음을 함께 담아낸 디카시다.
사진 속 ‘양보’ 표지판은 본래 타인에게 길을 내어 주라는 교통의 언어다.
그러나 시인은 그것을
“더 물러설 순 없어요”
라는 생활인의 목소리로 되받아친다.
이때 ‘양보’는 단순한 운전 규칙을 넘어, 명절을 앞두고 더는 줄이기 어려운 살림의 형편과 마주하는 말이 된다.
“씀씀이 부푸네요”
는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시어다.
추석 장만으로 늘어나는 지출을 뜻하면서도, 사진 속 상현달이 보름달을 향해 차오르는 형상과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부푸다’는 말은 부담과 풍요를 동시에 품는다.
차례상과 선물, 가족을 맞을 준비로 씀씀이는 늘어나지만, 그 지출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누군가를 맞이하고 기억하려는 마음의 크기이기도 하다.
이 한 행은 살림의 현실을 달의 시간성과 연결하며, 명절의 풍요가 언제나 생활의 부담을 함께 지닌다는 사실을 조용히 드러낸다.
가로등과 보름달은 서로 다른 빛의 세계를 이룬다.
“가로등이 켜져도 / 보름달만큼이야 하겠어요”
에서 가로등은 당장의 길을 비추는 인공의 빛이고, 보름달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나 이미 마음속에 환히 떠 있는 추석의 빛이다.
가로등이 밝히는 길보다 보름달이 품은 정서적 밝음이 더 크다는 인식은, 현실의 시간과 기다림의 시간을 대비한다.
사진에 포착된 상현달은 바로 그 기다림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결구
“조상님 오가는 길 환하기를”
은 앞선 이미지들을 한데 모으는 축원이다.
‘길’은 표지판이 선 도로와 이어지고, ‘환하다’는 가로등과 달빛을 다시 불러낸다.
조상님이 오가는 길은 실제의 귀향길이면서, 산 자와 먼저 간 이를 잇는 마음의 길이기도 하다.
생활의 현실에서 출발한 시는 이 마지막 행에서 경건한 명절의 정서로 깊어진다.
가벼운 해학과 축원의 마음이 한 장의 사진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추석맞이」는 상현달의 차오름을 통해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다.
‘양보’라는 표지판, 부푸는 씀씀이, 가로등과 보름달의 빛, 조상님을 향한 기원이 서로 연결되면서, 이 작품은 추석을 단순한 절기의 풍경이 아니라 살림의 고단함 속에서도 관계와 기억을 밝히는 시간으로 새롭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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