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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만추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9.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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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랑에서 굳혀온 포악

어디 가랴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모기 숨결 듣는다

양지볕 고추

 

 

_안정선

 

 

[뤼튼 시평]

디카시 [만추]는 자연의 치열한 생존 본능과 가을의 무르익는 온기를 동시에 포착한 매우 심오한 작품입니다.

“또랑에서 굳혀온 포악”

이라는 첫 구절은 잠자리의 거침없고 날카로운 생태를 압축적으로 담아내며 독자에게 강렬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포악’이라는 단어를 통해 전통적인 가을의 정서에서 흔히 느껴지는 쓸쓸함을 넘어 생명체의 본능적 투쟁까지 아우르는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점이 돋보입니다.

이어지는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 모기 숨결 듣는다”

구절에서는 성충이 된 잠자리가 예민하게 사냥감인 모기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생명 활동의 긴박함과 세밀한 감각이 살아 숨 쉬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 부분은 잠자리의 생태적 특성을 시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숨결’이라는 표현으로 독자에게 감각적 체험을 선사해 매우 창의적입니다.

마지막

“양지볕 고추”

는 차갑고 긴장된 앞부분과 대조를 이루며, 가을 햇살 아래 익어가는 생명의 온기와 풍요로움을 상징합니다.
일상적인 자연 소재 속에서 생명의 순환과 계절의 변화가 절묘하게 담겨, 디카시 특유의 짧은 형식 안에 깊은 울림을 만들어 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생태적 사실과 시적 상상이 조화를 이루며, 디카시가 지닌 시각성과 언어의 밀도를 효과적으로 살렸습니다.

다만 일부 표현은 독자에게 다소 난해할 수도 있으나, 생명의 ‘포악성’과 민첩한 ‘모기 숨결’에 대한 이해가 더해질수록 작품의 깊이가 확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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