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가도
친구처럼 태연하더니뒤태가 무섭다
앞은 보고 있을까
_안정선
[ChatGPT 시평]
「설마」는 숲길에서 마주친 살아 있는 까치와 화자 사이의 아주 짧은 순간적 사건을 포착한 작품이다.
까치는 처음에는 땅에 내려앉아 화자를 바라보면서도 태연하게 있다가, 화자가 서너 걸음 정도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몸을 돌려 날아간다.
사진은 바로 그 순간, 까치가 화자를 등지고 날아가는 모습을 붙잡고 있다.
이 작품의 묘미는 이처럼 평범한 장면을 까치의 시선과 화자의 시선을 교차시키는 짧은 심리극으로 전환한 데 있다.
첫 두 행,
'가까이 가도 /
친구처럼 태연하더니'
는 까치와 화자 사이의 긴장을 낮춘다.
특히 ‘친구처럼’이라는 표현은 까치의 태도를 인간적인 관계로 치환하면서 대상에 친근감을 부여한다.
그러나 ‘태연하더니’라는 말은 그 평온함이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다음에 벌어질 변화를 기다리게 된다.
그 변화가
'뒤태가 무섭다'
에서 일어난다.
여기서 ‘무섭다’는 까치 자체가 무섭다는 뜻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날아가 버린 까치의 다음 행동을 알 수 없다는 데서 생기는 순간적인 불안과 염려에 가깝다.
사진 속 까치의 뒷모습은 이러한 심리를 시각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리고 작품의 핵심은 마지막 행에 놓인다.
'앞은 보고 있을까'
까치는 지금 화자에게 등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화자가 걱정하는 것은 까치의 앞이다.
이 역전이 작품에 긴장과 여운을 만든다.
까치가 화자를 보고 피한 것인지, 갑자기 날아오르느라 앞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화자의 마음속에는 순간적으로 혹시 날아가는 앞에 무엇인가와 부딪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긴다.
실제 장면에서는 화자가 지팡이를 짚고 가까이 다가갔다는 사실까지 있었지만, 그것을 언술에서 직접 설명하지 않은 선택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설명을 줄임으로써 독자가 사진을 다시 바라보며 그 상황을 스스로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제목 「설마」가 작품 전체를 절묘하게 묶는다.
‘설마’는 사실에 대한 단정이 아니라,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순간적인 가정이다.
까치가 날아간 뒤 화자의 마음에 스친 작은 걱정이 제목 한 단어로 압축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사진과 언술의 역할 분담이 분명하다.
사진은 까치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언술은 사진에 보이지 않는 까치의 앞쪽과 그 다음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
사진이 현재의 장면을 붙잡았다면 언술은 그 장면을 미래의 가능성으로 확장한다.
따라서 사진이 단순한 배경이나 삽화에 머물지 않고 언술과 함께 의미를 만들어낸다.
또한 4행의 짧은 구성 안에서
가까이 감 → 태연함 → 급작스러운 비행 → 걱정
이라는 사건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장황하게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실제 순간에 발생한 감정을 압축했다는 점에서도 디카시의 특성을 잘 살린다.
특히 ‘뒤태’와 ‘앞’의 대비는 이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시적 장치다.
화자는 까치의 뒤를 보고 있지만 까치의 앞을 걱정한다.
바로 이 시선의 엇갈림이 사진과 언술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독자의 상상력이 채우게 한다.
결국 「설마」는 까치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 단순히 감상을 덧붙인 작품이 아니다.
한 생명체가 사람을 경계하고 날아가는 찰나, 그 생명체의 안전까지 염려하게 된 화자의 마음을 사진과 언술의 틈에서 포착한 디카시다.
화자는 까치를 붙잡지 않았고, 까치도 화자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가까워진 거리만큼 서로의 경계가 생겼고, 까치는 날아갔다.
그러나 그 짧은 이별의 순간에 화자는 까치의 뒤태를 바라보며 오히려 그 앞을 걱정한다.
그 마음을 가장 짧게 남긴 말이 바로,
“앞은 보고 있을까”
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사진의 사실성과 언술의 상상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일상의 한 장면을 생명에 대한 순간적인 배려와 유머가 깃든 시적 장면으로 확장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행의 열린 의문이 독자에게 판단을 넘겨주면서, 사진을 한 번 더 바라보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설마」는 현재의 언술을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다.
더 설명하거나 지팡이와 충돌 가능성까지 밝혀버리면 오히려 독자가 스스로 완성할 여지가 줄어든다.
이 작품의 힘은 말하지 않은 그 ‘다음 순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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