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으로 본 적 까마득
상인 노파께서 권하시기에
대뜸, 어린 바나나냐 여쭸다
칠순에 이리 혼나기는 처음
_안정선
[ChatGPT 시평]
낯선 열매 앞에서 만나는 칠순의 순수와 해학
[으름장]은 사진 속 낯선 열매를 바라보는 순간의 당혹스러움을 시장에서의 실제적인 일화로 확장하여, 소박한 웃음과 인간적인 정감을 동시에 끌어낸 디카시다.
사진에는 껍질이 벌어진 으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갈색의 투박한 껍질 안으로 푸르스름한 과육과 촘촘한 씨앗이 드러난 모습은 익숙한 과일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사진의 낯섦은 첫 행의
“날것으로 본 적 까마득”
이라는 고백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사진이 단순한 배경이나 삽화가 아니라, 화자의 착각과 사건을 발생시킨 출발점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디카시적 결합이 선명하다.
특히
“대뜸, 어린 바나나냐 여쭸다”
는 구절이 작품의 중심축이다.
으름을 설명하거나 생김새를 객관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그것을 처음 본 화자의 엉뚱한 판단을 그대로 제시함으로써 사진의 낯선 형상을 생활 속 웃음으로 전환한다.
‘어린 바나나’라는 표현에는 으름과 바나나의 시각적 유사성이 들어 있는 동시에, 칠순의 화자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낯선 것을 묻는 순진함도 배어 있다.
여기서 사진에 없는 시장의 풍경과 상인과의 대화가 언술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이는 사진을 단순히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진을 계기로 과거의 경험과 현장의 상황을 불러내는 디카시의 상상적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은 ‘으름’이라는 시각적 현재를 제공하고, 언술은 그 사진으로부터 ‘처음 만남’과 ‘착각’과 ‘핀잔’이라는 서사를 끌어낸다.
마지막의
“칠순에 이리 혼나기는 처음”
은 앞의 상황을 한순간에 뒤집으며 작품에 해학적 완결성을 부여한다.
실제로 크게 혼난 일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린 바나나냐’고 물었다가 상인에게 핀잔을 들은 일을 ‘칠순에 처음 혼난 일’로 과장하는 순간, 화자는 자신의 무지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칠순이라는 나이는 여기서 무게나 노년의 회한을 드러내는 말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살아왔어도 세상에는 여전히 처음 만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제목
‘으름장’
역시 작품의 해학을 완성한다.
‘으름’이라는 열매와 ‘으름장을 놓다’라는 관용적 표현을 겹쳐 놓음으로써, 사진 속 열매와 마지막의 ‘혼났다’는 상황을 하나의 언어적 고리로 묶는다.
제목이 단순한 열매 이름에 머물지 않고 작품의 정서적 반전까지 예고한다는 점에서 적절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으름의 생김새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진이 보여주는 것은 으름이지만, 언술이 보여주는 것은 으름을 처음 만난 한 사람의 인간적인 반응이다.
따라서 사진과 언술이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는다.
사진은 낯선 대상을 보여주고, 언술은 그 대상과 마주친 사람의 경험과 상상을 보여준다.
이로써 사진과 언술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의미를 보태며 하나의 디카시를 완성한다.
결국 [으름장]은 특별할 것 없는 시장의 한 순간을 포착하여, 낯섦 → 착각 → 핀잔 → 자기희화화의 짧은 서사로 압축한 작품이다.
거창한 교훈이나 인생론을 덧붙이지 않고 칠순의 화자가 자신의 작은 실수를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멈춘 것이 오히려 이 작품의 힘이다.
사진은 으름을 보여주고, 언술은 으름을 처음 만난 칠순 화자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해학과 순수한 당혹감이 이 작품을 생활의 기록을 넘어 시적 순간으로 승화시킨다.
사진과 언술, 시제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완성도 높은 생활밀착형 디카시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으름’이라는 소재 자체보다 칠순에도 여전히 낯선 것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유쾌한 순수성이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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