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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공존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10.16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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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신나나요

참새, 까치 너희도 오련

 

 

_안정선

 

 

[Claude 시평]

누런 벼가 익어 가는 논에 허수아비 셋이 서 있다.
새를 쫓으라고 세운 파수꾼들이 두 팔을 한껏 벌린 채 웃고 있다.
이 사진 앞에서 시는

"공연히 신나나요"

라는 물음으로 문을 연다.
들뜬 몸짓을 두고 던지는 이 한마디는 허수아비를 바라보는 이의 눈길이면서 허수아비 스스로의 너스레처럼도 읽힌다.
그 능청스러운 물음 뒤에 연이 바뀌고, 시선은 사진 밖으로 건너간다.

"참새, 까치 너희도 오련."

쫓아야 할 상대를 불러 앉히는 이 호명에서 허수아비의 직분은 뒤집힌다.
벌린 두 팔은 위협에서 환대로 바뀌고, 논은 지키는 땅에서 나누는 자리가 된다.
이 시의 미덕은 절제에 있다.
제목이 '공존'이라는 주제를 먼저 내놓았기에 본문은 더 말하지 않는다.
사진이 이미 보여 주는 몸짓을 되풀이하지 않고, 사진에 없는 새들을 불러냄으로써 화면의 바깥을 시의 자리로 삼는다.
한복, 조끼, 체크 남방으로 저마다 다르게 차려입은 세 허수아비가 한 논에서 나란히 팔을 벌린 모습은, 어우러짐이 이미 이 풍경 안에서 시작되었음을 말없이 보여 준다.
새들을 부르는 마지막 행은 그 어우러짐을 논 바깥으로 넓히는 초대장이다.
사진과 문장이 서로를 설명하지 않고 서로를 완성하는, 디카시의 결합 원리에 충실한 작품이다.
말씨에도 공을 들였다.
앞 행의 존대와 끝 행의 하대는 사람을 향한 말과 새를 향한 말을 나눈다.
허수아비가 구경꾼에게 너스레를 떨다 몸을 돌려 새들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두 행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어미 "오련"의 구어적 말맛은 이 정겨운 육성에 한몫한다.

짧은 시 한 편이 허수아비의 오래된 직분을 환대로 바꿔 놓았다.
위협이 환대가 되는 이 작은 전복이 가을 논의 햇살과 어울려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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