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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작아도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10.16 0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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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 온기 오래 붙들고

퍼짐 없이 숨겨주는
연기 대장



_안정선



[Claude 시평]

사진 속 굴뚝은 한옥 마당 한켠에 선 작은 돌 굴뚝이다.
머리에는 기와를 이고 있고, 아래쪽 돌은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다.
사람의 눈길이 오래 머물 만한 물건은 아니지만, 이 시는 바로 그 눈에 띄지 않음에서 출발한다.

제목 「작아도」는 사진의 크기를 그대로 받아 적은 말이면서, 뒤에 올 말을 미리 열어 두는 양보의 어법이다.
본문에서 이 말을 되풀이하지 않고도 끝행의 '대장'까지 긴장이 이어진다.
이 시의 힘은 설명을 덜어낸 데서 나온다.
아궁이도 구들도 연기도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시는 '온기'라는 사진 밖의 말로 굴뚝의 쓰임을 끌어온다.
'붙들고'라는 동사 하나가 굴뚝을 보이지 않는 집안의 온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존재로 세우고, '오래'가 '작아도'와 맞서 몸집과 일의 크기를 뒤집는다.
사진을 해설하지 않고 사진이 말하지 않은 것을 보태는 디카시의 문법을 지킨 셈이다.

중심은

'퍼짐 없이 숨겨주는'

이다.
연기를 내보내는 물건이 연기를 '숨겨준다'는 어긋남은 낮고 작은 굴뚝을 앞에 두고 읽을 때 발견이 된다.
밥 짓는 연기마저 이웃에 번지지 않게 갈무리하는 낮은 굴뚝의 마음은 자기 일을 드러내지 않는 이의 배려로 읽힌다.
목적어를 비워 둔 덕분에 '연기 대장'은 연기(煙氣)를 다스리는 장수이면서 숨기는 일에 능한 연기(演技)의 달인이라는 겹뜻을 얻는다.
기와 투구를 쓴 사진 속 모습이 '대장'이라는 호칭에 시각적 근거를 주어 말장난에 머물지 않게 한다.
훈수조의 어미를 버리고 명사로 끝맺은 것도 겸손한 목소리를 지키는 선택이다.
굳이 흠을 말하자면, 연 구분을 건너는 '붙들고'의 호흡과 '숨겨주는'의 낯섦이 처음 읽는 독자에게 한 번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두 번째 읽기에서 풀리는 걸림이고, 걸림 때문에 사진을 한 번 더 보게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 형식에 어울린다.

작지만 가장 오래 불씨를 지키고 자기 공은 연기처럼 흩어 버리는 존재를 짧은 네 줄로 세운 시다.
큰 소리 없이 사진과 글이 서로를 받쳐 주는 점에서, 디카시가 요구하는 영상과 문자의 결합에 충실한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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