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임무 잘 마쳐
이제 나가면 좋으련만
예쁜 포즈 찰칵
문 열어주시려나
_안정선
[Perplexity 시평]
「주문」은 방 안의 모기를 임무를 마친 존재로 의인화하여, 문을 열어 달라는 속내를 능청스럽게 들려주는 디카시다.
자신이 할 일은 성공적으로 끝냈지만 정작 방을 나가는 일은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서 익살이 생긴다.
이 작품의 중심은 모기를 귀엽게 바라보는 데 있기보다, 자기 몫을 챙긴 존재가 다시 상대의 호의를 기다리는 능청스러움에 있다.
첫 행
“현장 임무 잘 마쳐”
는 모기의 행위를 모기 자신의 관점에서 표현한다.
작가가 설정한 상황에서 그 임무는 잠든 사람의 피를 빠는 일이다.
사람에게는 불쾌한 일이지만 모기에게는 성공적인 임무라는 관점의 역전이 작품의 웃음을 마련한다.
특히 “잘 마쳐”에는 일을 끝낸 자의 만족과 태연함이 배어 있다.
행위의 내용을 직접 밝히지 않는 덕분에, 작품은 흡혈 장면의 설명보다 화자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어지는
“이제 나가면 좋으련만”
은 그 자신감에 작은 제동을 건다.
임무를 수행할 능력과 방을 빠져나갈 능력은 별개다.
앞에서는 자기 일을 능숙하게 처리한 존재였으나,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려야 한다.
이 전환이 마지막 행의 공손한 눈치 보기를 준비한다.
다만 “좋으련만”의 부드러운 어감 때문에 화자의 처지는 절박한 탈출보다는 나갈 기회를 살피는 느긋한 청원에 가깝게 느껴진다.
작품은 그 태연함을 통해 고유한 어조를 얻는다.
가운데 놓인
“예쁜 포즈 찰칵”
은 사진과 언술을 연결하는 핵심이다.
사진 속 모기의 자세를 자발적인 포즈로 바꾸고, 촬영 순간을 소리로 불러들인다.
여기서 사진은 단순히 시의 대상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모기와 촬영자가 잠시 마주한 사건의 흔적이 된다.
“예쁜”을 모기의 자기평가로 읽으면,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준 일까지 호의로 내세우는 뻔뻔한 애교도 살아난다.
또한 “찰칵”은 앞뒤의 속말 사이에 짧은 정지를 만든다.
나가고 싶어 하던 모기가 잠시 촬영에 응하고, 그다음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는 장면처럼 읽힌다.
촬영을 허용했으니 문을 열어 달라는 거래를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두 사건을 나란히 놓아 그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짧은 한 행이 시각적 자세와 촬영 행위, 화자의 기대를 함께 연결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마지막
“문 열어주시려나”
에서는 화자의 태도가 가장 선명해진다.
“열어 주세요”라고 요구하지 않고 상대의 의향을 헤아린다.
임무를 잘 마쳤다고 자부하던 존재가 문 앞에서는 공손해지는 것이다.
독자는 이 모기를 얄밉게 여길 수도 있고, 잠깐 그 처지를 헤아릴 수도 있다.
작품이 모기에 대한 연민을 강요하지 않고 그 미묘한 감정 사이에 머무는 점이 좋다.
제목 「주문」은 문이 열리기를 바라는 말과 행동 전체를 묶는다.
포즈를 취하는 몸짓과 마지막의 속말이 함께 문을 열게 하려는 작은 주문처럼 작동한다.
제목이 본문을 설명하기보다는, 평범한 부탁에 장난스러운 기운을 보태는 셈이다.
엄격하게 볼 때 한계도 있다. 본문만으로는 “현장 임무”가 흡혈이라는 사실이나, 촬영에 응한 일을 대가로 내세운다는 속내가 모든 독자에게 명확히 전달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작가가 구상한 ‘피해자에게 다시 편의를 요구하는 모기’의 풍자까지 온전히 읽히기보다는, 사진에 찍힌 모기의 외출 소망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 사정을 모두 설명하면 현재의 간결함과 익살을 잃기 쉽다.
이 작품에서는 의미를 빠짐없이 전달하는 것보다 모기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남기는 쪽이 더 유효하다.
「주문」의 성취는 작은 생명에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 데 있지 않다.
제 할 일을 마쳤다고 으스대면서도 마지막에는 남의 호의를 기다리는 태도를 짧은 독백으로 포착한 데 있다.
자신감과 눈치 보기, 생색과 부탁이 네 행 안에서 교차하며, 사진 속 모기를 한순간 성격을 가진 화자로 바꾸어 놓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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