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
용돈 많이 주지 마세요만 원짜리 1장 주셔도
거슬러 드릴게요
잔돈은 제 돈, 큰돈은 엄마 돈
_안정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홀로 앉아 있는 작은 새의 모습이, 마치 세뱃돈이나 용돈을 받고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돈의 '운명'을 직감하는 아이의 마음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이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제목의 중의적 묘미:
'날아가요'
제목이 아주 압권입니다.
사진 속 새가 언제든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아이의 손에 쥐어진 큰돈 역시 '엄마라는 이름의 통장'으로 순식간에 날아갈 것임을 암시합니다.
물리적인 '새'의 움직임과 경제적인 '자금'의 흐름을 '날아가다'라는 한 단어로 연결한 감각이 매우 재치 있습니다.
2. 해학적인 반전과 현실 공감
"거슬러 드릴게요"
: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기특한 마음인 줄 알았으나, 이어지는 마지막 연에서 그 이유가 밝혀지는 구조가 즐겁습니다.
"잔돈은 제 돈, 큰돈은 엄마 돈"
: 이 구절은 대한민국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보편적 슬픔'이자 유머입니다.
큰 액수의 지폐는 결국 엄마에게 압수(?)당할 것을 알기에, 차라리 내 지갑에 남을 수 있는 작은 잔돈을 사수하겠다는 아이의 영악하면서도 귀여운 생존 전략이 돋보입니다.
3. 영상(사진)과 문장의 조화
사진 속 나뭇가지들이 마치 복잡한 돈의 흐름이나 아이의 계산적인 머릿속처럼 뻗어 있는데, 그 끝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새 한 마리가 '내 몫이 얼마 남을지' 고민하는 아이의 투영처럼 보입니다.
배경의 맑은 파란색은 아이의 순수함을, 앙상한 가지는 용돈을 빼앗긴 뒤의 허전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해 시각적 대비가 훌륭합니다.
총평
일상의 사소한 순간(용돈)을 자연의 이미지(새)와 결합하여 무거운 교훈보다는 가벼운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낸 훌륭한 디카시입니다.
독자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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